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집사이야기

삶의 무게

Currycat 2020. 5. 21. 16:50

문득 생각한다.

우연히 음악을 들으려고 실행한 유튜브 영상에서

눈물이라는 단어만 봐도 눈물이 나는 나는

왜 이렇게 되어버린걸까.

 

영상을 들어가기도 전에

오열.. 눈물.. 단어만 보고 난 왜 울컥하는 걸까..

아마도 그간의 삶의 무게가

실감이 나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.

 

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어린 시절...

성인이 되어서마저

표현할 방법을 몰라서 

아프다는 걸 표현하지 못했다.

 

상처 받고 있다는 걸 말할 줄을 몰랐었다.

그저 그 상황을 피하려고만 했었다는 걸

어느 심리상담 실장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.

 

생각해보면 나는 도망치는걸 참 잘했던 사람이었다.

상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도록 참고 참다가

감당이 안되면 그냥 도망치기 바빴다.

 

어느 누구에게도

나 힘들어..

그러니까 나 좀 위로해줘라는 말을 하는 방법을 몰랐다..

 

 

방법을 알고 난 지금

왜 저게 어려웠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웠다....

 

사실...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던 것 같다.

한부모가정에서 자라 그나마 하나 있는 아버지마저 타지 생활..

할머니 밑에서 꼬질꼬질하게 자라온 아이

 

할머니 역시 일하시느라 보살핌의 손길이 부족했던 아이

그게 나였다.

 

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던 건 아니었다.

어린 마음에 나 때문에 고생하시는 할머니가 속상한 게 싫었던 거다.

그래서 나만 입 다물고 있으면 모두가 평화로울 거라고 생각했다. 

 

할머니와 함께하던 시간을 제외하고

 

존중이라는 말은 내 세상엔 없었고

가식과 거짓, 오만한 자들의 세상이었다.

사람이 많은 곳에선 더없이 잘해주다가

사람이 없는 곳에선 학대받던 아이..

 

그 아이에겐 할머니만이 유일한 희망이었고

할머니의 마음이 아픈 게 싫어서 힘들다고 말하지 못했다.

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다.

 

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았던 걸까..

나에게 일어난 일은 모두 꿈이었고

현실이 아니라며 나 스스로에게 말하곤 했었다.

 

그래서 괜찮았다..

아니.. 괜찮은 줄 알았다...

 

괜찮지 않다는 걸 알았을 땐

표현해야 한다는 걸 알았을땐

이미 어디부터 말을 해야 할지 감도 못 잡을 만큼

멀리 와 있었다.

 

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알게 된 것은

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

그 문제를 직면해야 한다는 것

 

근본적인 것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

끄집어내어 그것이 나의 현실이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것

 

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...

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치지 않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

그리고 그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 아님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...

그 과정이 끝나고 나면 비로소 힐링이 시작된다는 것

 

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...

 

가장 무서웠던 건 현실을 직면했을 때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속삭이고 있는 무언가...

머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어딘가에서 들리는 악마의 목소리..

나의 자존감을 짓밟고 내 생명을 갉아먹는 어둠의 소리..

 

마음의 소리를 부정한다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었다.

 

우연히 틀었던 유튜브 영상에서 

우연히 본 단어만으로도 마음이 아파온다는 건..

어쩌면 아직 해소되지 않은 내 안의 무언가가 있어서일까?

아님 결혼 후 180도 달라진 지금의 상황이 벅차서일까?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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